괴물, 진실의 얼굴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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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각기 다른 시선을 통해 진실의 다면성을 탐구합니다. 우리는 과연 진실을 온전히 볼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관객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진실의 파편, ‘괴물’의 개요와 줄거리

영화 ‘괴물’은 2023년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입니다.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그리고 아역 배우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드라마, 미스터리 장르로 분류되며 러닝타임은 126분입니다. 영화는 아들의 이상 행동을 감지한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의 시선에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담임 교사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학교에 찾아가지만, 학교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내 호리 선생님의 시점으로 전환되고, 뒤이어 아들 미나토의 시점으로 넘어가며 동일한 사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구성합니다. 관객은 각 인물의 입장에서 파편화된 정보들을 조합하며, 처음 가졌던 확신이 얼마나 섣부른 판단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명확한 스포일러 없이, 관점에 따라 진실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다층적 서사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섬세한 연출

‘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라쇼몽식의 다층적 서사 구조와 이를 이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정교한 연출력에 있습니다. 감독은 그간 ‘어느 가족’, ‘브로커’ 등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따뜻하고 관조적인 시선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대사의 뉘앙스를 포착하는 섬세한 연출은 관객이 각 캐릭터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압도적입니다.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의 불안과 분노를 표현한 안도 사쿠라, 억울한 누명 속에서 혼란을 겪는 교사 나가야마 에이타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습니다. 무엇보다 두 아역 배우,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의 순수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선 연기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영화는 ‘누가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섣부른 판단과 오해가 개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장르의 변주와 영화가 남기는 깊은 울림

‘괴물’은 표면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인간관계와 소통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휴먼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인 장르 영화들이 명확한 악역, 즉 ‘괴물’을 설정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진정한 괴물이란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 그 자체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차별점은 영화를 단순한 장르물 이상의 작품으로 격상시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영화 속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은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혼란과 사회적 압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탁월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영화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어른들의 시선이야말로 가장 폭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진정한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맺음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하나의 사건을 세 개의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서사 구조를 통해 진실의 다면성을 탐구하는 수작입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어우러져, 섣부른 판단과 오해가 만들어내는 비극을 날카롭게 포착했습니다.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관계와 소통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깊은 여운과 질문을 남기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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