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세계약서, 집주인 동의 없으면 휴지 조각? 효력 및 강제 퇴거 리스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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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세계약서는 최근 전세 사기 이슈나 고금리로 인한 주거비 부담 속에서,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 하는 기존 세입자와 단기 임대가 필요한 새로운 세입자 사이에서 자주 작성되고 있습니다.

흔히 ‘전대차 계약’이라 불리는 이 계약은 기존 세입자(전대인)가 집주인(임대인)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번거롭거나, 집주인이 거절할까 두려워 몰래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월세만 잘 내면 문제없는 것 아니냐”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부동산 법률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집주인의 동의가 누락된 전전세계약서는 세입자의 전 재산인 보증금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문서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전전세계약서를 작성하려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민법상의 효력, 집주인 동의 없는 계약이 초래하는 강제 퇴거의 공포, 그리고 보증금을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한 안전한 작성법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전전세계약서, 집주인 몰래 써도 법적 효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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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집주인 동의 없이 당사자끼리 쓴 전전세계약서가 법적으로 유효한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반은 유효하고, 반은 무효하다”입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채권적 효력’과 ‘대항력’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 ⭕ 1. 당사자 간에는 완벽하게 유효하다 (채권적 효력)
    민법상 임대차 계약은 낙성 계약(합의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이자 채권 계약입니다. 따라서 집주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전대인(기존 세입자)과 전차인(새로운 세입자)이 도장을 찍은 전전세계약서 자체는 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합니다.이 계약서에 따라 전대인은 전차인에게 주택을 인도하여 살게 해 줄 의무가 생기며, 전차인은 약속한 월세와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만약 전대인이 집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집을 비워주지 않는다면, 전차인은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 ❌ 2. 집주인에게는 주장할 수 없다 (대항력 부재)
    문제는 이 유효함이 ‘우리끼리’만 통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대항력이 없다’고 표현합니다. 전전세계약서를 아무리 꼼꼼하게 작성했더라도, 집주인(임대인)에게 “내가 이 집에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집주인의 시각에서, 동의받지 않은 전차인은 임차권을 가진 정당한 세입자가 아니라, 내 집에 허락 없이 들어와 살고 있는 ‘불법 점유자’에 불과합니다.

무단 전대차의 최후, 계약 해지와 강제 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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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집주인에게 인정을 못 받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민법은 임대인(집주인)의 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해, 무단으로 작성된 전전세계약서에 대해 가혹할 정도의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 민법 제629조 (임차권의 양도, 전대의 제한)
1.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2. 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집주인이 “내 허락 없이 전전세계약서를 쓰고 다른 사람을 들였어?”라고 인지하는 순간, 기존 세입자(전대인)와의 본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해지권’이 발생합니다.

[강제 퇴거 시나리오]
집주인이 무단 전대를 적발하고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전대인이 가졌던 임차권이 소멸합니다. 기반이 되는 권리가 사라졌으므로, 전차인의 거주 권한도 동시에 소멸합니다. 결국 집주인은 전차인에게 “불법 점유이니 즉시 퇴거하라”고 요구하게 되고, 버틸 경우 ‘명도 소송’이 진행되어 강제로 쫓겨나게 됩니다.

전전세계약서만 믿다가는 보증금 전액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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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가서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 받으면 보호되는 것 아닌가요?”
안타깝게도 집주인 동의 없는 전전세계약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 울타리 밖에 있습니다.

구분 동의 받은 전대차 무동의 전대차
대항력 유무 발생 (보호 O) 없음 (전입신고 효력 X)
경매 시 배당 우선변제권 인정 배당 자격 박탈 (0원)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때입니다. 정상적인 임차인이라면 최우선변제권 등을 행사할 수 있지만, 집주인 동의 없는 전전세계약서를 쓴 전차인은 배당 절차에서 철저히 배제됩니다. 배당 요구를 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아 보증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동의 없이 가능한 경우 (방 한 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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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법이 무조건 냉혹한 것만은 아닙니다. 민법 제632조는 소규모 전대차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32조 (임차건물의 소부분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경우)
전3조의 규정은 건물의 임차인이 그 건물의 소부분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즉, 아파트 전체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방 3개 중 1개를 빌려주는 ‘쉐어하우스’ 형태나, 잠시 친구와 함께 지내는 수준이라면 집주인의 동의 없이 전전세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소부분’의 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한 수치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 하나를 빌려줬다 하더라도, 거실과 주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거나 구조를 변경했다면 이는 소부분을 넘어서는 것으로 간주되어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전전세계약서 작성을 위한 가이드

결국 내 보증금을 지키고 맘 편히 살기 위해서는 정석대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입니다. 전전세계약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절차와 특약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전대차 동의서 확보 (필수): 구두로 “알았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집주인의 인적 사항과 동의 내용이 담긴 [전대차 동의서]를 서면으로 받아, 전전세계약서 뒤에 첨부해야 합니다. 이 종이 한 장이 있어야 전차인은 기존 임차인이 가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2. 계약서 특약 사항 기재: 특약란에 “본 계약은 임대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미동의 시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넣으세요.
  3. 보증금 입금 계좌 확인: 전차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반드시 전대인(기존 세입자)의 명의로 된 계좌에 입금해야 합니다.

전전세계약서는 잘 활용하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급한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집주인 동의’라는 핵심 부품이 빠진 전전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설마 별일 있겠어?”라는 안일함이 수천만 원의 보증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안전한 계약을 위해 마지막으로 아래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전세계약서 작성 전 필수 체크리스트

📝 집주인으로부터 ‘전대차 동의서’를 서면으로 받았는가?
📝 기존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서 원본을 확인했는가?
📝 전전세계약서 특약에 ‘동의서 미첨부 시 무효’ 조항을 넣었는가?
📝 계약금 입금은 반드시 기존 세입자(전대인) 명의로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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